차는 점점 커지는데 주차 공간은 그대로

해마다 느는 ‘문콕’사고… 제도 개선 시급한 상황 김경수 기자l승인2018.0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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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뉴스=김경수 기자) 차에 내리면서 문으로 옆 차를 찍어 흠집을 내는 것을 일명 ‘문콕’이라 하는데, 주차장에서 자동차간 문콕 사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차를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시비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현대해상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가입자 문콕 사고 추이를 보면 2010년 230건, 2011년 279건, 2012년 307건, 2013년 407건, 그리고 2014년 455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5년사이 급속도로(97.8%) 증가한 것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13억 5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문콕 사고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는 국내 주차 공간은 외국에 비해 협소하거나 주차선이 비효율적으로 그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 되고있다.

현대해상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역시 문콕 사고 주요 원인이 중대형 차량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반해 주차장 규격은 여유 폭이 변함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중대형 차량의 구성비는 85.2%에 이른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중은 49.3%에 그쳤다. 특히 대형차의 비율은 2010년 8.9%에서 2015년 26.2%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차량의 대형화 추세가 진행되는 동안 규정상의 주차장 면적은 제자리였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콕 사고를 줄이려면 주차단위 면적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주차공간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차가능대수를 줄이면서 주차면적을 함께 넓히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 2012년, 시행규칙이 개정돼 같은 해인 7월 18일 이후부터 새로 짓는 주차장 가운데 30% 이상은 가로 2.5m 이상, 세로 5.1m 이상 크기의 확장형 주차장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가 됐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차량의 대형화로 주차공간이 줄어든 상황에서 옆 차량 운전자의 승하차 공간을 배려하는 주차문화 형성 먼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운전자들 반응은 여전히 미미해
경찰청은 최근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도로 외 장소에 정차되어있는 차량을 파손하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뺑소니’ 운전자에게 20만 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차장 등을 포함한 도로 외 공간에서 사고가 빈발해 물적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에만 처벌 규정이 적용되는 입법 공백을 보완하는 개정안이다.

하지만, 운전을 마친 후 문을 열다 다른 차량에 흠집을 내는 ‘문콕’은 운전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콕을 예방하는 정책이 아직도 정착되지 않고, 이렇듯 차는 갈수록 커지는데 주차장 면적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차장 면적이 좁아 발생하는 '문콕'은 주차장 면적 확보가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주차장법을 보면, 자동차 일반형 단위구획 최소 기준(2.3× 5.0m)은 1990년 이후 적용됐다. 하지만 지난 2008년 6월 30일, 국토교통부에서 '주차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고, 같은 해인 지난 9월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돼 ‘일반형 차 단위구획 최소 기준(2.5× 5.0m)’ 면적이 확대됐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주차장법 개정이 눈앞에 있으나 시행일 이전에 건축 인허가를 신청했거나 허가를 이미 받았으면 기존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개정안과 관련은 없다.

대형 세단을 모는 김태훈(32)씨는 “주차할 때 정차되어있는 차들이 커 문콕이 발생하지 않으려고 몸을 최대한 접어 내리거나 경차 옆에 주차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사고 처벌에만 노력하지 말고 문콕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제도에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운전자들, 넉넉한 주차 공간 원하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 보고에 따르면, 전체 승용차 중 중형차는 2000년 40.4%에서 2017년 12월 55.1%로, 대형차는 같은 기간 8.9%에서 27.4%로 증가했다. 소형차의 비중은 42.5%였던 것이 7%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주차장 규격은 이 같은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차 한 대를 세우는 주차칸의 규격을 지난 1990년 가로 2.3m× 세로 5.0m로 정했다.

중·대형차가 증가한 현실을 반영해 2012년 7월 이후에 만드는 주차장은 2.5m× 5.1m를 적용하도록 했지만 이전에 만들어진 주차장이 대다수다. 중·대형차의 가로 길이가 1.8∼1.9m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차량 한 대가 확보할 수 있는 측면 공간은 0.5m(50㎝)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승용차를 몰고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임산부는 불법인줄 알면서도 주차공간이 넓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 임신 9개월 만삭의 몸으로 일반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가는 비좁은 차 틈으로 문을 열고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임산부는 “몰상식한 행동으로 보일까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임산부도 배려해줄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다. 서울 및 주요 도심 주차공간은 임산부뿐만 아니라 다른 건장한 사람들도 간신히 빠져나올 정도로 비좁은 경우가 많다.

주차공간의 너비를 2.3m로 규정한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1990년에 만들어져 지난 28년 동안 만족할 만큼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산 중대형 승용차 너비는 1990년대 1.7~1.8m에서 지금은 1.9m 이상으로 커졌다. 주차 공간 한가운데에 차를 세워도 차량 간 여유 공간이 40㎝밖에 안 되는 것이다.

해외사례 통해 개선점 찾아야
국내 주차 문제에 대한 허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주차장 일부는 진입로가 너무 좁아 차량 통과가 쉽지 않아 민원이 늘 빗발친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려면 긴 회전형 진입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어두운 지하, 회전형 진입로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데 도로 폭까지 너무 좁다. 그 결과, 주차장 진입로 연석에는 자동차 바퀴 자국들이 선명하고, 차량이 긁고 간 흔적도 벽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백창현(32)씨는 “집 근처 식당에서 가족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라 이 건물 주차장을 종종 이용하곤 하는데 진입로가 매우 좁아 불편했다. 지난해에는 진입할 때 각도를 조금 크게 하고 핸들을 돌렸다가 차량 뒷부분이 벽에 긁힐 뻔 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2015년 주차장 진입로 폭에 대한기준을 연구한 결과, 1990년 법 개정 이후 28년간 차량이 커진 만큼 차량 진입로 또한 현행 기준보다 최소 60cm 이상 넓어져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다른 나라의 주차 공간은 과연 어떨까? 일본 같은 경우에는 주차구획선을 ‘단선’으로 만든 우리와 다르게 복선 형태인 ‘U’자로 만들었다.

이것은 차체간에 간격을 넓혀 자동차가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독일은 사선 형태로 이뤄진 주차장이 대부분이다. 옆 차와의 간격도 넓고, 문을 여닫을 때 차체에 부딪힐 가능성도 많이 줄어들어 ‘문콕’ 예방에 탁월하다.

미국의 경우도 구획선이 굵게 그려져 있다. 직선이 아닌 네모난 형태로 그려져 차에서 타고 내릴 때 좀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주차 특색에 맞춰 각 나라는 주차수요관리를 운영하는 사실도 알아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최대설치기준과 요금정책 등을 엄격하게 운영하여 주차소요를 감소시키는데 힘쓰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는 무료주차권을 제공하는 은행이나 음식점이 없고, 민영 주차빌딩의 경우에는 값 비싼 주차요금을 통해 주차수요를 감소하고 있으며, 버스전용차로 도입, 대중교통 이용자 세금감면등을 통해 도심혼잡 감소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영국은 런던 시내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한 혼잡통행료 징수해 런던시의 대기오염과 차량밀집현상을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다. 중국 상하이 시 역시 고질적인 주차설비 공급문제 및 서비스 정보의 불투명성 등을 원인으로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이에 상하이시 교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1월 15일, 대중들에게 '상하이 주차’앱을 유포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만든 스 마트 주차시스템이다. ‘상하이 주차’는 실시간 위치에서 이용 가능한 근접한 유/무료 주차장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며, 주차 가능공간이 한산할 시에는 녹색, 북적일 시에는 회색으로 표기해 중복주차의 범위를 대폭 줄여준다.

▲ 미국에서는 구획선이 굵게 그려져 있다. 직선이 아닌 네모난 형태로 그려져 차에서 타고 내릴 때 좀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 일본에서는 주차 구역 선 긋기를 복선 형태인 'U'자로 만들었다. 이것은 차체 간에 간격을 넓혀 자동차가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김경수 기자  show17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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