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불편한 엉터리 외국어

한류 열풍에 역행하는 외국어 표기로 관광객들 혼란 김경수 기자l승인2018.01.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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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뉴스=김경수 기자) 드라마로 시작해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한류바람이 최근에는 K-POP을 중심으로 열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한류를 통해 한국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관광객 수도 크게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도에 비해 32.1%나 늘었다. 이렇듯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평균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1600만 명에 도달하고 있지만, 정작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맞춤형 외국어 번역은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상반기에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800만 명으로 추정됐다. 뒤이어 통계청이 집계한 자료에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140만 명에 근접하다고 전했다. 이렇게 다문화사회를 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필수인 ‘언어 완성도’는 기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도로 안내, 그리고 표지판은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나 일본어로도 표기가 돼 있지만, 상당수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엉터리 번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그렇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지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엉터리 외국어를 쓰고 있는 공공기관 ‘코레일’
공공기관 코레일(KORAIL)이 운영하는 열차에 탑승하면 잘못되거나 어색한 외국어 표기로 적힌 안내 문구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비상 발생 시 신속하게 정해진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행동요령’ 역시 외국어 표기가 틀렸긴 마찬가지다.

‘Caution for heating’, ‘난방열 주의’를 영어로 표기해 놓은 것이다. 이 문장은 외국에서 아예 쓰지 않는 어색한 표현이며, 영어권에서 많이 사용되는 ‘Caution hot’으로 쓰는게 바람직하다.

‘버튼을 누른 후 통화하십시오’ ‘Speak with push the button’는 ‘ Speak while pushing the button’ 또는 ‘Push the button to speak’가 된다.

경기 분당 소재 영어강사 박태용(28)씨는 앞서 붙어있는 표기는 문법적 오류가 있는 문장으로, with(전치사) 뒤에는 ‘명사’나 ‘동명사’가 와야 하는데 ‘동사’가 와서 틀린 문장이라 설명했다.

‘비상탈출 시 망치를 꺼내 창문을 깨십시오’ ‘In case of emergency, strike the cover and use the hammer to break the window’는 문장에서는 ‘Strike’ 대신 ‘Break’라는 단어를 쓰는 것만으로 더 정확하고, 간결한 의미를 담아낸다.

‘Waste Basket’은 휴지통을 한국식으로 직역한 영어표기로, ‘Trash’라고 표기하는 것이 외국 관광객들의 이해를 쉽게도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 강남 소재 영어강사 임지혜(29)씨는 "문법적으로 문제가 많고, 한국어를 그대로 직역해 만든 영어표기들이 보인다면서 외국인들이 아예 쓰지 않는 표현을 저렇게 표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운임경계선/고객신뢰선’ ‘Paid Area’ 같은 예를 들며,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뜻을 지닌 표기들은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예 없애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어 안내표기는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는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언어를 가진 해당 외국인들에게 만들기 전에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라며 보충 설명했다.

잘못된 영어 안내문구 표기에 대한 외국인 반응 역시 비판적이었다. 미국 출신으로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외국인 Jeremy Rodgers(33)씨는 “영어로 표기된 의미는 대충 알겠지만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 너무 많이 있다”, “영어로 써져 있으면 보통 눈이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잘못 해석된 안내 표기들로 인해 한국을 단기여행으로 찾은 관광객들은 매우 복잡해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식 세계화 발목 잡는 엉터리 외국어 메뉴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식당에선 잘못된 영어 메뉴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 예로 방송국에서는 ‘한식 이름 몰라요’ 라는 주제로 육회를 ‘Six times’, 먹는 음식 은행은 ‘Bank’, 그리고 곰탕은 ‘Bear Thang’으로 한식 메뉴판에 적혀있었다고 고발하는 내용의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10명을 대상으로 한국방문위원회가 조사한 ‘한국관광 불편사항’에 따르면, 한식당에 영어 메뉴판이 없거나 음식 관련 설명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음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외식업계 대응은 미숙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 서울·경기 지역 내 274개 한식당을 대상으로 외국어 메뉴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평균 음식점 3곳 중 1곳 꼴로 영어메뉴 표기가 잘못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식당에서 쓰이는 메뉴판 번역은 간판ㆍ광고업체(41.8%), 프랜차이즈 본사(27.5%) 등에서 제공한 사실 또한 추가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국립국어원, 그리고 한식재단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한식 메뉴의 잘못된 외국어 표기 문제를 두고 해결방안을 논의한 후 각 부처는 잘못된 외국어 메뉴 표기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이후, ‘한식메뉴 외국어 표기법 표준화’를 만들어내 지금까지 200여개의 한식 메뉴를 표준화 시켰다. 하지만,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법을 통해 메뉴명칭이 확실하게 된 것은 겨우 20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다. 문자 검증을 거쳐 번역에 오류 없는 메뉴는 약 3700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잘못된 외국어 표기 바로 잡는다
해외 관광객 1500만 시대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글로벌 한국’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한국관광공사는 자체 홈페이지에서 한식 메뉴를 표준화된 외국어로 번역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올바른 음식명 표기는 대한민국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될 사항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한국 문화에 대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관심의 불씨를 허무하게 꺼뜨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서울시는 2년 전인 2016년, 외래 관광객들에게 정확한 관광정보 제공을 위해 ‘잘못된 외국어 표기 표지판을 바로 잡아주세요’라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캠페인 대상이 되는 표지판은 관광안내, 지하철, 버스 정류소, 보행자, 문화재 등 서울시가 설치 및 관리하는 시내 전역 다국어 안내표지판(총12종)으로, 접수된 내용을 ‘서울시 외국어 표기 자문위원회’를 거쳐 표기 적정 여부를 확인한 후에 각 소관부서 및 자치구에 통보해 자체 정비를 하게 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관광안내 서비스를 향상 시키기 위해 같은 해 9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총 2주일간 ‘현장점검단’을 운영해 시내 관광특구와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게 한 후, 외국어가 바르게 표기되지 않은 표지판 등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겠다 싶은 부분들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엉터리 외국어가 존재한다. 지하철, 버스, 식당, 쇼핑몰, 특히 관광지는 더할 나위 없다. 분명 외국어로 적힌 안내문인데 외국인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표기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과 짜증을 일으킨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을 찾았는데 무거운 여행 짐을 진 채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것이다. 낯선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들에게 영어 표지판과 책자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외국어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엉터리라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그 관광객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기 힘들 것이다.


김경수 기자  show17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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