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귀순사건으로 인해 또 이슈된 외상센터

단발성 관심 아닌 장기적 계획 갖고 움직여야 김경수 기자l승인2018.01.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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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뉴스=김경수 기자) 지난 2017년 11월 13일, 한 명의 북한병사가 군용 지프를 타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북측 초소까지 도달한 후 차에서 뛰어내려 한국으로 귀순했다. 이 북한병사는 당시 쫓아오던 추격조에게 무차별 총격을 당하면서도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고, 마침내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총상으로 인한 심한 부상을 입어 2차 수술까지 진행했을 정도로 상태는 매우 위중했었다. 같은 무렵, 합동참모본부가 가진 브리핑에서 “북측 판문각 전방에 위치한 초소에서 ‘자유의 집’ 방향으로 북한병사 1명이 귀순을 시도했다”며 “북한군 추격조가 귀순자를 추격했고, 이들은 군사분계선(MDL) 북쪽 지역에서 귀순자를 살상할 목적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북한병사는 팔꿈치와 어깨, 그리고 내장파열 등 심각한 부상을 입어 유엔(UN)사 헬기를 타고 긴급 후송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병사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이송돼 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의 수술을 받았다. 이 교수는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해적에 의해 온몸에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외상치료 전문가다.

▲ 석해균 선장 방송화면.

‘판문점 귀순 사건’으로 또 이슈된 외상센터
아주대학교 이국종 외과 교수(경기남부권역 중증외상센터장)가 ‘아덴만 여명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살려냈던 때는 지난 2011년 1월이다. 수술 후,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결국 그의 노력이 통했는지 다음해에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속칭 ‘이국종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통과됐다. ‘이국종법’으로 만들어진 권역중증외상센터가 이번 ‘판문점 귀순병사’ 사건을 통해 7년 만에 또 다시 이슈의 중심에 올랐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등과 같은 사고로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전용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전문치료센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센터가 권역별로 설립됐기 때문에 ‘권역외상센터’라고 불리는 것이다. 권역외상센터에선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에게 언제나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끔 전용 시설·장비·인력 등을 구비한 외상 전용 전문 치료센터다. 정부는 최근 진주경상대병원 선정을 끝으로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선정을 완료했다.

▲ 전국 권역외상센터 17곳 지정 완료.

지역별 센터로는 가천대길병원(인천), 원주세브란스기독(강원), 아주대병원(경기남), 의정부성모병원(경기북), 단국대병원(충남), 을지대병원(대전), 충북대병원(충북), 목포한국병원(전남), 전남대병원(광주), 원광대병원(전북), 제주한라병원(제주), 경북대병원(대구), 안동병원(경북), 울산대병원(울산), 부산대병원(부산), 국립중앙의료원(서울), 진주경상대병원(경남)이다.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되면 시설·장비 비용 80억 원과 연차별로 운영비 7억∼27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현재 시설과 인력 요건을 갖춰 현재 개소를 마친 곳은 9곳이다.

선진국과 국내 사례 분석
미국 메릴랜드 외상센터의 경우에 연간 입원환자는 7000명 이상이 되며, 현장이송으로 오는 환자가 62%(구급차 75%, 헬기25%)에 달하고 있다. 평균 입원기간은 20.8일로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5% 수준이다. 일본 외상센터 역시 헬기 이송과 장비, 그리고 의사대기비용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2차병원의 시설 및 인력관리 비용은 센터당 약 1억 엔(한화 10억 원)으로 정부:지방:병원의 부담 비율은 순서대로 2:1:1 수준이다. 장비 구입비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정부분을 부담하면서 예방 사망률을 10% 수준으로 맞추는 데도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러한 외국 사례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외상환자는 주로 산업재해 환자가 많은 다발성 중증 외상환자가 많다. 하지만, 선진국에는 외상센터가 있고, 한국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수술 및 치료비용에 비해 환자에게 받는 치료비 즉, ‘수가’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례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아주대학병원 역시 7개월간 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석 선장을 치료한 아주대학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병상수는 20개지만 이는 외상전용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US San Diego’와 ‘The Royal London’ 외상센터만 해도 각각 20개의 외상전문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권역 외상센터 운영 문제점
지난 2016년, 전국 권역별 중증외상센터 9곳의 삭감 진료비가 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국종 교수가 일하는 아주대학병원의 경우에는 5억 원 이상, 부산대학병원은 10억 원,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은 3억 원 등 총 9곳의 삭감 진료비는 총 50억 원으로 추정됐다. 삭감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간에는 중증외상 환자에 대한 진료가 과잉진료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증 외상 환자는 끊어진 혈관을 이어 붙이거나 찢어진 장기를 봉합하는 등 고난도의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부상이라고 판단한 부위 ‘1곳’만 진료비를 모두 지급한다. 나머지 부상의 경우에는 50~70% 정도의 진료비를 지원해준다. 같은 사고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을 경우 2차, 3차 수술비도 삭감한다.

실제 한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화상을 입었던 환자에게 인공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지만, 병원이 이에 대한 진료비를 받지 못한 건도 있었다. 환자의 상태에 불필요하게 비싼 재료를 사용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외상환자는 권역외상센터를 가야 생존률이 높다. 그러나 권역 외상센터 중 병실을 채우는 곳은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학병원(경기남부 외상센터)뿐이다. 이곳 중환자실은 지난 2017년 6월 기준으로 병상가동률이 175%에 달했지만, 나머지 권역외상센터들은 대부분 80%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 부족 등 여러 문제들이 있더라도 외상환자의 경우 권역별로 위치한 외상센터가 환자들에게 좀 더 수술이나 치료하기 좋은 곳인데 의료행위에 의심많은 환자들은 찾지 않는다. 가더라도 아주대학병원으로만 몰리는 현실이다.

또 다른 이유로 현재 외상센터체계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결정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원래 전국에 6개의 권역외상센터만 만들려 했다. 외상센터 수가 적지만, 대신 규모를 키우려 했었다. 외상센터와 이송센터로 이뤄지며, 이송센터에는 헬리콥터 2기를 의무적으로 두고 전문의(6명), 간호사(8명), 1급 응급구조사(8명), 조종사(4명), 정비사(4명)를 두도록 했다. 또한, 인당 연간 인건비로 전문의는 1억 2000만 원,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는 4000만 원, 헬리콥터 조종사는 1억 8000만 원, 정비사는 4000만 원을 책정했다.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경우, 16시간 연속으로 근무하지 않고 당직 근무 후 24시간의 휴식을 반드시 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인원을 책정했다. 권역외상센터 건립을 위해 공사비가 6174억 원, 연간 운영비가 117억 원 들어간다는 계산도 책정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예산심사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이 인건비를 문제 삼았다. 특히 인건비는 시설건립비와 달리 지속적으로 돈이 든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대학병원 등 기존의 병원시설을 활용하는 대신 센터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송센터에 헬기 2대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전국 6곳의 외상센터에 집중되어야 할 예산은 15곳으로 분산됐으며, 이송체계와 전혀 연관 없는 센터가 만들어졌다는 평을 듣는다. 환자이송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119구급대와 다른 병원의 이송차량이 담당했다. 이번에 판문점에서 귀순하다 심한 부상을 입은 북한병사는 미군 헬기를 이용해 22분 만에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학병원에 도착했다. 이렇게 신속하게 헬기 이송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대한민국에서는 드문 일로 꼽힌다고 한다. 환자이송은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 영향이 있는 만큼 중요한 일지만, 여전히 처우개선이 미흡하다는 평을 받는다.

▲ 귀순병사 이송장면.

권역별 외상센터 개선방안 찾기 돌입
북한군 귀순병사 수술을 계기로 외상센터가 다시금 주목을 받으면서 귀순병사의 건강상태에 대한 관심이 외상 전문의인 이국종 교수와 그가 근무하는 외상센터로 이어졌고, 결국 파급력은 청와대까지 퍼졌다. 지난 해 11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중증외상분야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 방안 마련과 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 해결, 앞으로의 개선방안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요청한다”고 건의했다.

▲ 청와대 국민 청원.

정부는 이에 대해 권역별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올리고, 외상센터 치료에 대한 보상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정부가 2017년 보다 적게 요구한 외상센터 2018년 지원 예산을 212억 원 증액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시설 및 인력지원 확대 등 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먼저 외상센터에서 제공하는 의료행위를 유형별로 분석한 뒤, 보험 적용을 할 수 있는 의료시술이나 약품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헬기를 이용해 중증외상환자를 이송 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예전과는 다르게 건강보험 치료비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한, 외상센터가 겪는 간호 인력의 부족 현상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적절한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몇몇 권역외상센터에 중증 환자들이 몰리는 현실에 대한 개선방안도 찾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환자가 생겼을 때 병원으로의 이송단계에서 몇몇 권역외상센터로 환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응급환자 이송에 대해 관련 기관과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show17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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